블로그를 하다 보면 자연스레 숫자를 보게 된다. 어떤 글은 많이 읽히고, 어떤 글은 조용히 사라진다. 이번 글에서는 가장 소중히 여기는 글이지만 조회수는 적었던 기억을 적어보려 한다.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조회수가 높은 글은 ‘잘 쓴 글’ 같았고, 반응이 없는 글은 실패작으로 분류했다. 그래서 한동안 조회수가 없는 글은 다시 보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하나둘 옛 글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이상한 감정이 들었다. 내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글이 조회수가 가장 높은 글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조회수도 댓글도 거의 없는 글이 가장 오래 머릿속에 남았다. 그 이유를 깊이 생각해보니, 그 글은 다른 글들과는 다른 출발점에서 시작되었음을 깨달았다.
1. 결과를 기대하지 않고 쓴 글
그 글을 썼던 때를 돌이켜보면 특별한 목표가 없었다. 누구에게 보여주려는 생각도, 어떤 반응을 예상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생각들을 담아두지 않으면 사라질 것 같아서 썼을 뿐이다. 그래서 문장은 다듬어지지 않았고 구조도 완벽하지 않았다. 대신 그때의 감정과 고뇌가 거의 온전히 담겨 있었다.
이상하게도 글쓰기가 수월할수록 그런 글이 더 잘 나왔다. 잘 써야 한다는 부담이 없으니 생각이 막히지 않았다. 쓰고, 멈추고, 다시 쓰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지웠다. 완성된 글은 어딘가 서툴렀지만 적어도 거짓은 아니었다.
반면 조회수 걱정이 들 때는 글을 쓰면서도 끊임없이 계산했다. 스스로를 검열했다: 이 문장은 괜찮을까? 이 이야기는 흥미로울까? 이렇게 사적인 걸 정말 써도 될까? 결과물은 다듬어졌지만, 내 진짜 모습과는 조금 거리가 느껴졌다.
아마도 그 때문인지, 나중에 다시 읽었을 때 기대하지 않았던 글들만이 과거의 나를 선명하게 떠올리게 했다. 그 글들을 읽으니 자연스레 그때의 생각과 감정이 되살아났다. 그래서 조회수와 상관없이 애착이 갈 수밖에 없었다.
2. 아무도 반응하지 않으니 더 솔직해질 수 있었다
그 글에는 댓글도 거의 달리지 않았고 공유도 거의 되지 않았다. 처음엔 조금 실망스러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시각이 바뀌었다. 아무도 반응하지 않았기에 오히려 처음부터 끝까지 완전히 솔직할 수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반응이 있었다면 다음 글에서도 비슷한 어조를 유지하려 했을 것이다. 사람들이 좋아한 부분을 의식적으로 집중하고, 더 다듬고, 고쳐 썼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반응이 없었기에 그 글은 있는 그대로 완성되었다. 수정할 이유도, 방향을 바꿀 이유도 없었다.
그래서 그 글은 나에게 일종의 기준점이 되었다. 꾸밈없이 쓸 수 있었던 시절, 타인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지 않았던 시절의 기록이다. 지금 글쓰기에 어려움을 느낄 때면 가끔 그 글을 다시 읽는다. 그러면 내가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가 자연스레 떠오른다.
조회수가 낮다는 건 분명 실망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동시에 그 글이 외부적 평가에 휩쓸리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 글은 끝까지 오로지 내 언어 속에만 존재했기에 시간이 흘러도 낯설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3. 결국 다시 글을 쓰게 만든 건 바로 그런 글들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계속 글을 쓰게 만든 힘은 잘된 글들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조회수는 부족해도 내가 소중히 여긴 글들이었죠. 그 글들 덕분에 글쓰기가 단순한 과업이 아니라 기록의 행위임을 잊지 않았습니다.
성공한 글들은 당장은 만족감을 줬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역할을 다한 듯 느껴졌다. 반면 소중히 여기는 글들은 지금도 다시 열어본다.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를 비교하게 하고, 생각이 어떻게 변했는지 보게 한다.
그 글들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쓴 게 아니라, 나를 이해하기 위해 쓴 것이다. 그래서 결과가 어떻든 그 의미는 희미해지지 않았다. 오히려 조회수라는 족쇄에서 벗어나 있었기에 더 오래 견딜 수 있었던 셈이다.
지금 글을 쓸 때면 예전처럼 조급해하지 않는다. 모든 글이 히트작이 되길 바라지 않는다. 대신 몇 달, 몇 년이 지난 후에도 부끄럽지 않게 이 글을 읽을 수 있을지 생각한다. 그런 기준으로 보면 조회수라는 건 생각보다 중요하지 않다.
조회수가 많지 않았더라도 내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글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글쓰기가 아직 완전히 소비되지 않았다는 증거처럼 느껴진다. 나에게 그 글들의 존재 자체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리고 그런 글이 단 하나라도 있다면, 나는 계속 글을 써도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