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를 처음 시작했을 때만 해도 조회수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글을 쓴다는 행위 자체가 좋았고,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이 재미있었다. 이번 글에서는 조회수 떄문에 글쓰기가 싫어졌던 순간에 대해 적어보고자 한다.

하루를 돌아보며 느낀 점을 적거나, 막연한 고민을 문장으로 풀어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누가 읽지 않아도 괜찮았다. 적어도 그때의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조회수는 숫자가 아니라 감정이 되었다. 잘 나오면 괜히 기분이 좋아졌고, 안 나오면 하루 종일 마음이 가라앉았다. 그때부터였다. 글쓰기가 조금씩 싫어지기 시작한 건.
조회수가 글의 기준이 되어버린 순간
처음 조회수를 의식하게 된 건 아주 사소한 계기였다. 평소처럼 쓴 글 하나가 예상보다 많은 조회수를 기록했을 때였다. 특별히 공을 들인 글도 아니었는데 반응이 좋았다. 그때 든 생각은 단순했다. ‘이런 글을 사람들이 좋아하는구나.’
문제는 그다음부터였다. 다음 글을 쓸 때 자연스럽게 이전 글의 조회수를 떠올리게 됐다. 이번 글은 그만큼 나올 수 있을지, 아니면 더 떨어질지. 글의 내용보다 결과가 먼저 머릿속에 자리 잡았다. 조회수는 참고 지표가 아니라 평가 기준이 되어버렸다.
그 이후로 글쓰기는 예전처럼 가볍지 않았다. 글을 쓰는 동안에도 계속 숫자가 떠올랐다. 이 주제는 사람들이 검색할까, 이 이야기는 너무 개인적이지 않을까, 이렇게 솔직하게 써도 괜찮을까. 조회수를 의식할수록 글은 점점 조심스러워졌고, 안전한 방향으로만 흘러갔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럴수록 글을 쓰는 재미는 사라졌다. 예전에는 글을 쓰고 나면 마음이 정리되는 느낌이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결과를 기다리는 시간이 더 길어졌다. 글을 쓴 만족감보다 ‘얼마나 나올까’를 확인하는 조급함이 앞섰다. 조회수는 글의 결과가 아니라, 글 자체를 판단하는 잣대가 되어 있었다.
숫자에 흔들리면서 글쓰기는 점점 부담이 됐다
조회수를 신경 쓰기 시작하면서 글쓰기는 점점 부담스러운 일이 되었다. 예전에는 생각이 떠오르면 바로 썼지만, 이제는 글을 쓰기 전부터 고민이 길어졌다. 이 글이 과연 의미가 있을지, 사람들이 읽을지, 혹시 너무 조회수가 안 나오면 어쩌지 하는 생각들이 꼬리를 물었다.
특히 조회수가 잘 나왔던 글 이후에 쓰는 글은 더 어려웠다. 괜히 비교하게 됐고, 이전 기록을 넘지 못하면 실패한 것처럼 느껴졌다. 글 하나하나에 성과를 기대하게 되면서, 글쓰기는 점점 시험처럼 변했다. 잘 써야 하고, 잘 나와야 하고, 반응이 있어야 했다.
그 과정에서 가장 크게 변한 건 글의 방향이었다. 나를 위한 글이 아니라, 조회수를 위한 글을 쓰고 있었다. 쓰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도 ‘이건 사람들이 안 볼 것 같아’라는 이유로 미뤘다. 대신 검색이 될 것 같은 주제, 무난한 내용, 이미 검증된 이야기들을 반복했다.
하지만 그렇게 쓴 글들은 이상하게도 애착이 가지 않았다. 조회수가 잘 나와도 기쁨은 잠깐이었고, 금세 다음 숫자를 걱정하게 됐다. 반대로 조회수가 안 나오면 괜히 글 자체가 별로인 것처럼 느껴졌다. 글의 가치를 숫자로만 판단하게 되면서, 글쓰기는 점점 나를 지치게 만들었다.
어느 날은 글을 쓰기 위해 노트북을 켜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예전에는 쉬는 시간처럼 느껴졌던 글쓰기가, 결과를 내야 하는 일처럼 다가왔다. 그때 처음으로 ‘글쓰기가 싫다’는 감정을 분명하게 인식했다.
조회수와 거리를 두자 다시 글이 써지기 시작했다
글쓰기가 싫어졌다는 걸 인정하고 나서야, 문제를 조금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다. 내가 글을 싫어하게 된 게 아니라, 조회수에 묶인 글쓰기를 싫어하게 됐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조회수와 거리를 두기로 했다.
글을 올리고 나서 바로 통계를 확인하지 않았다. 어떤 글은 며칠 동안 조회수를 보지 않기도 했다. 대신 글을 쓰는 과정 자체에 집중하려고 했다. 이 글을 통해 내가 어떤 생각을 정리했는지, 쓰고 나서 마음이 어떤지에 더 신경을 썼다.
기준도 다시 바꿨다. 조회수가 아니라 ‘끝까지 썼는지’, ‘솔직했는지’를 기준으로 삼았다. 사람들이 많이 읽지 않아도, 나에게는 의미 있는 글이라면 충분하다고 스스로를 설득했다. 그렇게 쓰기 시작하자 신기하게도 글이 다시 써지기 시작했다.
조회수는 여전히 존재했지만, 더 이상 글을 시작하지 못하게 만드는 장애물은 아니었다. 숫자는 결과일 뿐이라는 걸 조금씩 받아들이게 됐다. 글의 가치는 즉각적인 반응이 아니라, 쌓이는 기록 속에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지금도 가끔 조회수에 흔들릴 때가 있다. 하지만 예전처럼 그 숫자 때문에 글쓰기가 싫어지지는 않는다. 적어도 나는 안다. 조회수 때문에 멈췄을 때보다, 조회수와 상관없이 썼을 때 글쓰기는 훨씬 오래 지속됐다는 걸.
글쓰기가 다시 좋아진 건, 더 잘 써서가 아니라 덜 기대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조회수를 내려놓는 순간, 글은 다시 나에게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