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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매일 쓰겠다고 선언하고 실패한 기록

by seunghee11 2026. 1. 22.

“이제부터는 매일 글을 쓰겠다.”
그 말을 처음으로 공개적으로 꺼냈을 때, 나는 꽤 진지했다. 다짐이었고 선언이었다. 하루도 빠짐없이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이번 글에서는 글을 매일 쓰겠다고 선언하고 실패한 기록에 대해 적어보고자 한다.

글을 매일 쓰겠다고 선언하고 실패한 기록
글을 매일 쓰겠다고 선언하고 실패한 기록

 

꾸준함이 실력이라는 말을 믿었고, 매일 쓰는 습관만 들이면 글쓰기는 자연스럽게 성장할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그리고 어쩌면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매일 글쓰기’를 선언했다.

결과부터 말하면 실패했다. 며칠은 잘 썼고, 몇 주는 버텼지만 결국 멈췄다. 글을 안 쓰게 된 날이 생겼고, 그 하루는 이틀이 되었고, 어느새 선언은 기억에서 멀어졌다. 하지만 그 실패는 생각보다 많은 걸 남겼다.

‘매일’이라는 단어가 생각보다 무거웠다

처음 며칠은 의욕이 넘쳤다. 하루를 마무리하며 글을 쓰는 시간이 뿌듯했고, 스스로 대견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오늘도 해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했다. 하지만 문제는 시간이 아니라 기준이었다.

‘매일’이라는 단어에는 생각보다 많은 압박이 담겨 있었다. 하루를 보내다 보면 컨디션이 좋은 날도 있고, 아무것도 쓰고 싶지 않은 날도 있다. 그런데 매일 글을 쓰겠다고 선언한 순간부터 그런 날들은 허용되지 않았다. 피곤해도 써야 했고, 할 말이 없어도 무언가를 만들어내야 했다.

글이 잘 써지지 않는 날에도 억지로 키보드를 두드렸다. 그러다 보니 글은 점점 짧아졌고, 내용은 형식적으로 변했다. 글을 쓰는 행위는 계속되고 있었지만, 생각을 정리한다는 느낌은 사라졌다. 그저 ‘오늘 분량’을 채우는 일이 되어버렸다.

하루를 거른 날은 생각보다 쉽게 찾아왔다. 너무 피곤했던 어느 날, ‘오늘은 쉬고 내일 두 편 쓰면 되지’라고 스스로를 설득했다. 하지만 그 하루는 예외가 아니라 시작이었다. 이미 한 번 깨진 약속은 다음번에도 쉽게 깨졌다. 그렇게 매일 글을 쓰겠다는 선언은 조용히 실패로 돌아갔다.

선언은 나를 도와주기보다 압박했다

글을 매일 쓰겠다고 선언한 이유는 동기부여였다. 누군가 보고 있으면 더 열심히 하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반대였다. 선언은 나를 응원하기보다 감시하는 역할을 했다.

글을 쓰지 못한 날에는 괜히 죄책감이 들었다. 글을 쓰는 게 아니라 약속을 지키지 못한 사람이 된 기분이었다. 그 감정은 생각보다 오래 갔다. 하루를 쉬면 될 일을, 스스로에 대한 실망으로 키워버렸다.

또 하나 힘들었던 건 글쓰기의 성격이 바뀌었다는 점이다. 원래 글쓰기는 생각이 정리되지 않을 때 찾는 도구였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의무가 됐다. 쓰고 싶어서 쓰는 글이 아니라, 써야 해서 쓰는 글이 되자 글에 대한 애정도 자연스럽게 줄어들었다.

글을 매일 쓰겠다는 목표는 ‘글을 잘 쓰고 싶다’는 마음에서 시작됐지만, 결과적으로는 글쓰기를 부담스러운 일로 만들어버렸다. 글을 못 쓴 날보다, 글을 쓰기 싫어졌다는 사실이 더 크게 남았다. 실패의 원인은 의지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나에게 맞지 않는 방식으로 나를 몰아붙였기 때문이었다.

실패하고 나서야 알게 된 나에게 맞는 글쓰기 방식

매일 글쓰기 선언이 실패로 끝난 뒤, 한동안 글을 아예 안 쓰기도 했다. 그래도 괜히 억지로 이어가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시간을 두고 나서야, 왜 그 선언이 나에게 맞지 않았는지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매일 같은 에너지로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었다. 생각이 쌓일 때 글이 나오고, 정리가 필요할 때 문장이 만들어지는 타입이었다. 매일 쓰는 습관보다, 쓰고 싶을 때 깊게 쓰는 방식이 더 잘 맞았다. 그걸 인정하지 않고 남들이 좋다고 말하는 방식을 그대로 따라 했던 것이다.

기준을 바꾸자 글쓰기는 다시 편해졌다. ‘매일’이 아니라 ‘멈추지 않기’를 목표로 삼았다. 며칠 쉬어도 괜찮고, 한 번에 몰아서 써도 괜찮다고 스스로에게 허락했다. 대신 완전히 놓지는 않기로 했다. 그렇게 하자 글은 다시 돌아왔다.

지금 생각해보면 매일 글을 쓰겠다고 선언했던 그 시도 자체가 완전히 헛된 건 아니었다. 그 실패 덕분에 나는 어떤 방식이 나에게 맞지 않는지 분명히 알게 됐다. 실패한 기록이었지만, 그 안에는 나를 이해하게 된 과정이 담겨 있었다.

글쓰기는 꾸준함이 중요하지만, 그 꾸준함의 형태는 사람마다 다르다. 매일 쓰지 않아도 오래 쓸 수 있다면, 그게 나에게는 더 좋은 방식이었다. 매일 글을 쓰겠다고 선언하고 실패했지만, 그 실패 덕분에 나는 지금도 글을 쓰고 있다. 그 사실만으로도, 그 실패는 충분히 의미가 있었다.